원자재는 가격보다 ‘스프레드(마진)’가 중요할 때가 있다

 원자재는 가격보다 ‘스프레드(마진)’가 중요할 때가 있다

 

제가 원자재를 볼 때 처음에 자주 했던 착각

처음 원자재 관련 뉴스를 따라가던 때는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좋고, 구리가 오르면 관련 기업이 좋다”처럼 가격만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적 발표나 주가 흐름을 보면,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도 기업은 기대만큼 못 가거나, 반대로 가격이 빠지는데도 실적이 버티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한 게 ‘스프레드’입니다. 원자재 산업에서 돈이 남는 지점은 대개 “원료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차이”에 있고, 그 차이가 바로 스프레드(마진)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투자 성과를 가르는 장면에서는 “가격의 절대 수준”보다 “원료와 제품 가격의 간격”이 더 결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정유, 석유화학, 철강, 제련, 곡물 가공처럼 ‘가공’과 ‘전환’이 들어가는 산업에서는 이 간격이 곧 수익성의 핵심이 됩니다.

스프레드(마진)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

스프레드는 원자재 밸류체인에서 앞단(원료)과 뒷단(제품) 가격의 차이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제품 가격으로 잡히고, 원가가 원료 가격으로 잡히니, 두 가격의 간격이 넓어질수록 이익이 나기 쉬운 구조입니다. 물론 실제 이익은 전기·가스 같은 에너지 비용, 물류, 인건비, 설비 가동률, 재고 평가손익이 섞이지만, ‘큰 방향’을 잡는 데는 스프레드가 가장 직관적입니다.

정유업에서 흔히 말하는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유(원료)를 사서 휘발유·경유·항공유(제품)를 팔 때,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얼마나 더 높은지가 수익성의 핵심이 됩니다. 유가가 오르는 것 자체가 정유사에 무조건 유리한 게 아니라, 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올라 정제마진이 확대되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가 뉴스만 보면 방향을 착각하기 쉽고, 스프레드를 같이 보지 않으면 “왜 주가가 저렇게 움직이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힘들 수 있는 이유, 가격이 내려가는데도 버틸 수 있는 이유

원자재 가격만 보면 이런 착시가 생깁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늘 것 같지만, 동시에 원료 비용도 늘어납니다. 제품 가격이 원유만큼 따라오지 못하면 마진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제품 수요가 좋거나 재고가 타이트해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빠지면 마진이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가격 하락’이 ‘마진 개선’과 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가 체감으로 가장 크게 배운 순간은 이런 장면이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악재로 말하는데, 기업 주가는 생각보다 안 빠지거나 오히려 버티는 구간이 있었고, 나중에 보면 그 구간에 마진 지표가 개선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즉 시장은 가격 자체보다 “그 가격 변화가 이 회사의 마진을 넓히는지 좁히는지”를 먼저 보기도 합니다.

원자재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프레드’의 종류

정유는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이 대표적입니다. 원유 대비 정제품 가격의 차이입니다.
석유화학은 나프타와 제품(예: 에틸렌, 프로필렌, PX 등) 사이의 스프레드가 자주 언급됩니다. 원료 가격이 오르는 속도와 제품 가격 전가가 맞물리지 않으면 마진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습니다.
철강은 철광석·원료탄(원료)과 열연·후판 같은 제품 가격의 간격, 그리고 스프레드에 영향을 주는 가동률이 핵심이 되곤 합니다.
제련(구리·아연 등)은 TC/RC처럼 ‘가공 수수료’ 성격의 지표가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금속 가격이 오르내려도 제련 수수료가 낮아지면 수익성이 압박될 수 있습니다.
곡물은 크러시 스프레드 같은 개념으로, 원료 곡물을 사서 가공품(예: 대두유, 대두박)을 팔 때의 마진을 봅니다. 농산물은 가격보다도 수급과 재고, 가공 수요가 스프레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지표들은 용어가 낯설어서 처음엔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원료 대비 제품의 가격 간격”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한 문장만 붙잡고 보기 시작하면, 가격 뉴스만 보던 때보다 해석이 훨씬 덜 흔들립니다.

실전에서 스프레드를 어떻게 ‘읽는지’에 대한 제 방식

제가 쓰는 방식은 크게 세 단계입니다.

1. 내가 보고 있는 기업이 밸류체인에서 어느 위치인지부터 정리한다

2. 원료 생산자인지, 가공·정제·제련 같은 미들스트림인지, 완제품 판매자인지에 따라 중요한 지표가 달라집니다.

3.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 중 무엇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본다

4. 마진은 결국 두 가격의 속도 차이로 벌어지거나 좁아집니다. 원료가 빨리 오르고 제품이 늦게 따라오면 마진 압박, 반대로 제품이 먼저 오르거나 덜 빠지면 마진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5. 스프레드가 ‘구조 변화’인지 ‘단기 이벤트’인지 구분하려고 한다

6. 예를 들어 정비 시즌, 공급 차질, 재고 사이클, 수요 급증 같은 이벤트는 스프레드를 단기적으로 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일시적인지, 수급 구조가 바뀐 건지(설비 증설/감산, 규제, 지정학 리스크 등)는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가격이 오르는데 왜 안 오르지” 같은 질문을 스프레드로 다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시장이 먼저 묻는 질문은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 변화가 이익률을 넓히는지 좁히는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흔한 오해를 한 번만 정리해두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관련 기업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가격 상승은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동시에 비용도 올립니다. 마진이 같이 넓어지지 않으면 이익은 기대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도 단순화입니다. 원료 가격 하락이 제품 수요와 맞물리거나, 제품 가격이 덜 하락해 스프레드가 유지되면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마진은 중요하지만 ‘마진만 보면 된다’도 또 다른 오해입니다. 실제 실적에는 가동률, 재고 평가손익, 에너지 비용, 물류비, 환율, 설비 사고 같은 변수가 들어옵니다. 다만 방향을 잡는 데는 스프레드가 가격보다 더 설명력이 큰 순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균형입니다.

내 생각

원자재 투자를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시선은 “가격의 방향”에서 “마진의 구조”로 과녁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가격은 뉴스에 잘 드러나고 직관적이지만, 기업의 수익은 종종 그 가격 자체보다 원료와 제품의 간격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원자재 관련 기업이나 ETF를 볼 때는 가격만 보고 결론을 내리기보다, 그 산업에서 어떤 스프레드가 핵심인지 한 번만 찾아보고 함께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그 습관이 생기면 시장이 왜 어떤 날은 가격과 다르게 움직이는지, 그 이유를 좀 더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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